여름이 시작 되면 사람들은 바다와 계곡과 같은 곳을 찾아 나선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여름 휴가는 정말 너무도 설레이는 일이다. 이를테면 여름 휴가는 무료한 일상을 뒤집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렇게 떠난 바다와 계곡에서 사람들은 이미 예정 된 순간과 같은 즐거움에 사로잡혀 지내고 또 자신이 기대했던 열정적인 만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름 휴가는 이미 예정 된 어떤 사고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이 영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 휴가>의 가족들의 휴가도 역시나 기대했던 사건을 겪고 또 비밀을 간직한 체 막을 내린다. 미리엄과 남편 앙드레는 아들 닐스 그리고 아들의 여자 친구 리비아와 함께 휴가를 떠난다. 그 들의 주요 일과는 집에서 쉬고 먹고 그리고 요트 타러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빌이라는 낯선 남자와 요트를 타고 온 리비아가 별장으로 그를 데리고 온다. 엉겹결에 그와 인사를 나누지만 미리엄도 앙드레도 그가 달갑지 않다. 그러나 미리엄은 그에게 왠지 모르게 끌린다. 리비아가 빌과 단 둘이 요트를 타러가서 늦게 오자 그녀를 찾으러 빌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실상 그녀의 마음 속내는 다르다. 어린 리비아가 걱정 되는 것이 아니라 빌에게 끌리는 데로 움직일 뿐이다. 다음 날 미리엄과 빌은 함께 요트를 타게 되고 그들은 밀회를 즐긴다. 그러나 빌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리비아라고 고백한다. 미리엄과 리비아는 함께 요트를 타고 나가게 되는데 그만 사고로 리비아가 죽는다. 가족들은 리비아가 다친 후 미리엄이 행동에 대해 미심쩍어 하지만 그대로 묻어둔다.

그 들의 휴가는 조용하게 흐르면서도 은밀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그 중심에 요트가 있다. 요트는 이 영화 속에서 기묘한 역할을 하는 일종의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한 여름 밤의 여름>의 큐피트 정도. 요트에서 시작 된 리비아와 빌의 관계는 미리엄 가족을 위기에 빠트린다. 미리엄은 이 휴가지에서 만난 괜찮은 남자에게 육체적으로 끌리고 그를 얻기 위해 자신이 리비아의 보호자라는 위치를 강조한다. 그녀의 속내는 어린 리비아에게도 전달 될 정도로 결코 은밀하지 않다. 빌이 어린 리비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에 미리엄은 또 다시 자신이 보호자임을 강조한다. 그런 그녀의 이중성은 그 어떤 캐릭터 보다 소름끼치는 표정을 보여준다. <타인의 삶>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티나 게덱이 미리엄을 연기하며 보여주는 표정에 드리우는 갖가지 표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 결국 단순 사고사로 마무리 짓고 미리엄은 너무도 편안하고 의기양양하게 빌을 독차지한다. 리비아의 부모와 만나 리비아가 남긴 편지를 듣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표정이 실로 압권이다. 어떤 이겼다는 안도감에 사로 잡혀있던 미리엄이 자신과 빌의 관계를 돕고싶다던 리비아의 편지를 듣고 미안함과 망연자실이 공존하는 그 표정이 말이다. 관객 역시 난감함에 동참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아, 우리도 이런 적 있지 않나. 충동적이 욕심에 쉽게 사로잡히지만 사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 그런 거 말이다. 영화 속에서 미리엄이 빌과 배를 타고 앙드레와 리비아가 배를 타는 그 묘한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이 때 리비아가 잠시 앙드레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묘한 표정으로 앙드레를 바라보는 리비아의 시선에 앙드레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결국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떠나는 것을 보아야한다.영화는 충동적이었고 그 것에 충실했던 미리엄의 결말도 그다지 명쾌하게 감정을 보여주지 않고, 욕망을 억제하던 앙드레의 모습은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든다. 참 오묘한 이야기다. 충동적이도 후회 되고 또 그 충동을 뿌리쳐도 후회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언제나 미묘한 감정안에서 고민하고 충돌한다. 영화는 인간이 가진 이 고민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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